본문 바로가기

하루를 쓰다

캪틴큐, 영주역 우동, 그리고 나폴레온

반응형

즐겨보는 유튜브 먹방에 캪틴큐가 나왔다.

참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. 

단종되어서 8만 원에 직거래를 했다고 한다. 

불과 몇천 원인 술이. 

추억의 값이다 

캪틴큐.

불과 몇 천 원에 팔리던 '양주'라는 이름을 가졌던(?) 술이다. 

 

양주를 먹고팠던 주머니가 가벼운 이십 대에게 그마저도 가끔 누리는 호사로운 술이었다.

소주가 천원도 안되던 시절에 내 기억으로는 그래도 삼천 원이나(?) 했던 술이다. 

 

내가 캪틴큐를 처음 먹어봤던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.

그때 내가 다니던 학교의 수련관은 삼척에 있었고 

여름방학, 겨울방학 때 학회, 동아리 등의 긴 MT가 계획되면 찾아갔었다.

 

당연히 돈이 없었기에 청량리에서 밤 12시에 출발하는 강릉행 통일호!! 를 타고 갔다.

통일호...ㅎㅎ 비둘기호가 아닌 게 다행이다. 

그때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통일호는 그곳까지 무려 8시간이 걸렸다.

처음에는 정말 신나서 통기타를 챙겨 온 사람의 반주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, 칸 사이 공간에서 담배도 피우고(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민폐다^^;) 그렇게 가다가 한두 시간쯤 지나면 불편한 좌석에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는 바깥 풍경에 지치다 소주를 한잔하고 또 그렇게 겨우겨우 견디다 보면 영주에 도착한다.

갑자기 웬 영주인가 싶지만 그때 통일호는 영주를 거쳐갔다.

지금은 상상도 할 수  없지만 영주에 머무르는 시간이 좀 되어서 영주역 플랫폼에 있는 간이 우동집에서 우동 한 그릇을 맛있게 먹고 기차에 올랐다. 

그때는 그랬다. 그리고 그때의 영주역 우동은 지금도 내 기억에 가장 맛있는 우동이었다.

그렇게 우동을 한 그릇 해도 한참남은 시간.

그때 복학생이 정말 짬의 위대함을 보이며 캪틴큐를 꺼낸다.

그거 몇 잔이면 그 불편한 통일호 좌석에서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숙면에 들 수 있다.

 

그게 내 캪틴큐의 추억이다.

그리고 어느새인가 캪틴큐를 챙기는 짬의 되었고 

지금은 캪틴큐를 추억하는 세대가 되었다

 

다다음날 일어나게 되어서 숙취가 없는 술로 유명했던, 양주인 줄 알았는데 향만 양주였던 캪틴큐를 

정말 오랜만에 보았다. 

 

그 당시 캪티큐의 라이벌 나폴레온도 생각났다. 

근데 아직도 왜 캪틴큐는 캡틴큐가 아닌지 나폴레온은 나폴레옹이 아닌지는 모르겠다. 

숙취가 없는 술!! 캪틴큐.

하루를 잊고 싶다면 적극 권장한다. 

반응형