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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시 칼럼

내가 대치동을 떠난 이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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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치동은 실력이 중요하지 않았다

믿음을 주는 상술만이 넘쳐나는 동네

 

학교를 그만두고 대치동의 학원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솔직히 겁이 났다

경기도 전 지역의 진로담당 교사 대상 400명을 놓고 강의를 하고, 교육과정과 학생부 종합전형을 연구하는 연구회의 회장도 맡아보고 수시 전형과 관련해서 누구보다도 잘한다고 자부했다.

그런데 그 말로만 듣던 대치동이 가진 실력과 노하우가 어느 정도일지, 공교육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을 해내는 동네의 수준을 내가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있었다.

그런데 그건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

대치동에는 공교육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을 해결해 내는 '실력'과 '노하우' 따위는 없었다.

다만 이걸 해낼 수 있다는 '믿음을 주는 상술'은 넘쳐났다.

온라인 플랫폼이 있는 대형 학원의 교과 강사 영역은 다르지만 입시 컨설팅 영역은 그러했다.

 

실력이 중요하지 않다.

실력이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.

그리고 실제 실력은 컨설턴트마다 차이도 심하고 공교육 영역에서 유능한 교사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실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.

 

 

다만 많은 돈을 받으니 그에 대한 '관리의 정성' 만큼은 공교육이 해주지 못하는 것이었다.

하지만 그 방향성이나 관리하는 실력은 특별함이 없었다.

그러나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'정말 실력 있다'라고 믿게 하는 '그 실력'은 뛰어났다.

 

대치동은 학원장부터 핵심 컨설턴트, 프리랜서 컨설턴트 모두 스스로를 소모하는 동네였다.

학원장은 치열한 영업 경쟁, 그 외 고용 강사들은 학원의 이윤을 우선으로 하는 영업 전략 하에 소진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.

계약상 업무와 관련해 자신들이 페이를 지급할 때는 돈 이야기를 서슴지 않는다.

그러나 계약에 없는 새로운 업무나 무언가를 부탁할 때는 돈 이야기를 빼놓고 시작한다.

그래서 나는 그들이 나에게 무언가 새로운 것, 혹은 나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부탁할 때 페이부터 이야기해달라고 하기 시작했다.

그러면 어떤 의뢰들을 쏙 들어간다.

 

최고의 실력을 표방하는 대치동에서 학원 강사들을 이렇게 소진시키는데 성장할 수 없다.

당연히 학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.

많은 강사들이 그걸 알지만 모두 '대치동' 타이틀을 따기 위해 그 희생을 감수한다.

그리고 학원장들을 그걸 정말 잘 이용한다.

 

결국 대치동에게 더 이상 의뢰를 받지 않겠다는 통보를 했다.

그렇다고 엄청난 소득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었다는 것은 아니다.

다만 공교육 영역에서의 프로그램 의뢰도 서서히 늘어가고 한 개인이 정성껏 관리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의뢰의 한계까지 도달했다.

그렇다면 '내 브랜드'를 믿고 선택한 사람들에게 더욱 충실한 그리고 수준 높은 컨설팅을 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다.

 

그래서 난 대치동에게 이별을 고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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